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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리게 달리기, 천천히 달리기를 하면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
    카테고리 없음 2023. 12. 30. 00:52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빠른 핸드폰, 빠른 컴퓨터, 빠른 인터넷, 빠른 주문, 빠른 거래, 빠른 만남을 추구한다. 나 역시 빠른게 좋다. 어떤 싸이트에 접속했는데 사진과 글이 바로 뜨지 않으면 곧바로 뒤로 가기를 눌러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시간은 불과 0.5초에서 1초도 채 안될 것이다.

     

    쇼츠(Shorts)와 포모(FOMO)에 지배당하는 세상


    3, 4년전만 해도 유투브 한 편당 20~25분 내외인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 정도 길이의 영상은 1, 2편으로 나눠버린다. 길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고 흥미롭다면 모를까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어야 하는 유투브의 특성상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하철에 타면 출퇴근 길에 15초~30초 짜리 쇼츠를 보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빠른 속도에 절여진 것이다. 과정은 생략하고 곧바로 결론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이런 세태에 맞춰 우리는 운동을 할 때도 성과가 빠르게 나길 희망한다. 원래 한국 사람은 결과 중심주의인 경우가 많고 극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바로 엘리우드 킵초게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훈련법이나 그들이 신는 신발, 옷, 음식은 어떻게 먹는지 검색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빠르게 뛰려다가 다친다.
    다치면 달릴 수 없고, 나만 혼자 뒤로 가고 있는 듯 하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달리기나 다른 운동에서도 그렇다. 운동에서 포모란 고강도 훈련을 자주 해야 빠르게 성장할 것 같은 착각을 말한다. 

     

    부상 방지는 투자에서 원금 보존과 같다


    투자에서 절대 원금을 잃지 말라는 워렌 버핏의 격언이 있다.
    지금 당장 수익이 없어도 원금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운동에서의 원금은 원래의 몸상태에 해당한다. 얻을 수 기대값이 적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원래보다 나빠지지는 말아야 한다. 운동에서의 부상은 투자에서 원금을 까먹는 것과 같다. 특히 운동 초기의 부상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앞으로 다시 나아가기 힘들게 한다. 

    속도의 사회에서 느리지길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할 때 누가 나를 앞질러가면 순간적인 당혹감에 기분이 나빴거나 자존심이 상했던 경험이 한 번 쯤은 겪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겨야한다는 강박에 목말라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달리기 위해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 천천히 달려야 한다. 숨이 헉헉 차오르고 어깨가 솟아오를 정도로 호흡이 과하면 그것은 편안한 달리기가 아니다. 그 때부터 우리의 몸은 멈춰달라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잔뜩 분비한다. 그 상태를 지속하면 근육이나 관절에 부상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럼 어떻게 달려야할까

     

    이게 뛰는 게 맞나 싶은 속도로 천천히 달려야한다. 
    주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무선이어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뛸 수 있는 그런 속도로 뛰어야 한다. 오늘 나의 무릎, 발목, 허리, 골반은 어떠한지 나의 몸과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달리며 코 호흡하며 뛰어야 한다. 입을 벌려서 더 많은 산소를 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의 한계점으로 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코 호흡이 가능하면서 가벼운 대화가 정도로 주당 3, 4회 가량 달리다보면 우리의 유산소 능력과 심장은 기초공사를 잘다진 건물처럼 튼튼하게 단련될 것이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유투버인 <보통의 달리기>의 저자 달려라주원 채널의 강주원님과 마인드풀 러닝 코치이자 아마추어 마라톤 서브 3인 달리는거북이 채널의 김성우님이 특히 느리게 달리기에 대해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 '느리게 달리자.'라는 모토의 전도사들이며 개인적으로 더 유명해지실 바라는 두 분이다. 

    보통의 달리기의 저자 강주원님과 달리는거북이 김성우님 



    특히 김성우님은 순수하게 달리기가 좋아 케냐의 달리기 마을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가장 놀랐던 부분이 장거리 최강국으로 유명한 케냐의 달리기 선수들이 천천히 달린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1킬로미터를 3분대로 우습게 주파할 수 있는 기록을 가진 그들이 6분대, 6분 30초대로 훈련하는 것을 보며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꾸었다고 한다. 사실 1킬로미터 기준 6분대는 국내 동호회 기준으로도 자랑할만한 기록은 아니다.   

     

    2시간 27분 46초라는 기록으로 도쿄 올림픽 여자 마라톤 동메달을 차지한 몰리 세이델(Molly Seidel) 선수도 1km 8분대의 속도로 조깅을 많이 한다고 한다. 만약 이런 선수가 한강변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앞서 나갔다고 해서 달리기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달리기에 집중하느라 우리가 지나갔는지 신경도 안쓸 것이다. 그녀는 더 빨리 달리기위해 산소를 충전하고 있는 중이다.

     

    느리게 달리기란 유산소적 기반, 산소통을 만드는 과정


    신체의 유산소적인 기반을 쌓지 않고 기록 갱신을 위한 달리기는 신체 파괴의 길이다. 그것은 달리기에 정떨어지게 하는 행위와 같다. 달리기, 자전거, 등산, 수영 같은 유산소성 운동은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천천히 달리며 몸에 에너지 쌓는 법을 익히고 작은 근육과 큰 근육들이 적응하는 시간을 주도록 하자. 천천히 달리다는 건 자신의 신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스케치이며 산소통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두 유투버는 내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존2(zone 2 training)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지만 결국 다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아마 초보러너들이 훈련 이론까지 접목시켜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막기 위해 배려하는 듯하다.   
    세계적인 장거리 육상, 싸이클선수들이 느린 훈련 80 : 인터벌이나 고강도훈련 20의 비율로 훈련하는데 우리같은 일반인은 90대10의 비율로 훈련해도 충분하다. 본인이 추구하는게 건강과 운동을 통한 삶의 활력이면
    나는 느리게 달리기 95의 비율로 하자고 말하고 싶다. 부족한 부분은 스트레칭과 코어 운동, 근력운동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다. 

    느리게 달리기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과정이며 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달리다보면 나의 몸과 정신은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코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마일리지를 쌓아가다보면 어느 날 문득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나는 앞으로 나의 블로그에서 느리게 달리는 것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할 생각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달리기는 운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도 크다. 


    내 글을 읽고 단 한 분이라도 다치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부상을 당했던 분들도 빨라져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느리게 달리기, 즐기는 달리기를 하셨으면 좋겠다.

    결국 느리게 달리는 것이 가장 빨라지는 길이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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